최근 21대 대통령 선거 첫 TV 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호텔경제론'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2017년 대선 경선 당시 처음 등장한 이 '호텔경제론'이 무엇인지, 왜 논란이 되는지, 그리고 경제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호텔경제론이란 무엇인가?
이재명 후보의 '호텔경제론'은 2017년 대선 경선 당시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정책의 효과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했던 경제 순환 모델입니다. 그는 최근 군산 유세에서 이를 다시 언급했고, 21대 대선 토론에서 논쟁의 중심에 섰습니다.
호텔경제론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발길이 뜸한 마을에 호텔, 가구점, 치킨집, 문방구가 있었습니다.
- 한 외지인이 호텔방을 예약하며 10만 원을 지불했습니다.
- 호텔 주인은 가구점에 10만 원을 주고 새 침대를 들였습니다.
- 신난 가구점 주인은 치킨집에 10만 원어치 치킨을 주문했습니다.
- 현금이 생긴 치킨집 주인은 문방구에서 10만 원 어치 물품을 구입했네요.
- 문방구 주인은 호텔에서 빌린 외상값 10만 원을 바로 갚았습니다.
- 그때, 외지인이 호텔 예약을 취소하며 10만 원을 환불해갔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결과적으로 마을에 들어온 돈은 없습니다. 그러나 돈이 한 바퀴 돌면서 마을 상권에도 활기가 돕니다. 이것이 바로 경제 활성화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호텔경제론의 기원과 출처
이 이론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2014년 9월 이수연 전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 연구원이 지역화폐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비슷한 사례를 들었고, 이를 이재명 후보가 응용했습니다.
원래 이수연 연구원의 예시는 외지인이 호텔에 맡긴 100달러가 마을을 순환하며 각자의 '외상값'을 갚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는 이를 '실물 소비'로 바꾸어 설명하면서 논쟁이 시작됐습니다.
[이런뉴스] 이재명 ‘호텔 경제·커피 원가 120원’ 발언 풀영상 / KBS 2025.05.19.
경제학적 논쟁점
1. 케인즈의 승수효과와의 차이
케인즈의 '승수효과' 이론에 따르면, 정부 재정지출이 늘면 그 효과가 몇 배로 증폭되어 국민소득이 증가합니다. 그러나 모든 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는 저축하기 때문에, '한계소비성향'은 1보다 작은 것이 일반적입니다.
호텔경제론에서는 각자가 받은 10만 원을 전액 소비하는 것으로 설정하여 한계소비성향이 1인 상황을 가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첫 번째 비판점입니다.
2. 투입 금액과 순환의 문제
더 큰 논란은 외지인이 호텔 예약을 취소하고 10만 원을 환불받아 결국 마을에 투입된 돈이 0원인데도 경제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주장입니다. 이는 마치 추가 재정지출 없이도 소비 증가 효과를 무한대로 발생시킬 수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어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TV토론에서 이를 "돈이 무한동력이냐"고 비판했고, 일각에서는 "베네수엘라식 경제학", "무한동력 창조경제"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3. 부채 상환과 실물 소비의 혼동
경제학자들은 원래 예시는 외상값(부채) 상환을 설명한 것인데, 이재명 후보가 이를 실물 소비로 바꿔 설명하면서 혼란이 생겼다고 지적합니다. 한국SG증권의 오석태 박사는 "원글은 금융위기 시 유동성 지원 대출을 설명하는 쪽에 가깝다"면서 "이재명 시장이 제시한 그림은 외상값 정리를 일반적인 상품 매매로 바꿔 혼란을 가져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재명 캠프의 해명
이재명 캠프는 그림 내용에 이론적 오류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의도는 기본소득과 지역화폐가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를 쉽게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18일 TV 토론에서 "경제 순환을 굉장히 단순화해서 설명한 것"이라며 "극단적인 예시를 든 것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는 "승수효과를 이야기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호텔경제론의 현실 의미: 지역경제 순환과 승수효과
호텔경제론은 비록 경제학적 엄밀성에서 비판을 받지만, 지역경제 순환과 화폐 유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1. 지역화폐와 지역경제 활성화
이재명 후보가 강조하는 기본소득과 지역화폐는 돈이 지역 내에서 순환하게 만들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효과를 기대합니다. 지역상품권으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그 지역에서만 소비되므로, 소비를 촉진하고 지역 내 순환을 강화한다는 논리입니다.
2. 승수효과의 단순화
이재명 후보는 케인즈의 승수효과를 일반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단순화하여 설명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재정지출이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고자 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학계와 전문가들의 평가
정태인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난 뭐가 문젠지 전혀 모르겠다. 호텔만 빼면 그냥 케인즈 얘긴데, 케인즈가 그리도 만만한가?"라고 반박했습니다. 반면 다른 경제학자들은 이론적 오류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그림 내용은 이론적으로 문제가 있다"면서도 "지역화폐가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 자체는 맞다"고 평가했습니다.
정치적 쟁점으로서의 호텔경제론
2025년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후보는 지난 16일 군산 유세에서 호텔경제론을 다시 언급했습니다. 이는 8년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첨예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대선 첫 TV 토론에서 핵심 쟁점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준석 후보는 "인터넷 밈을 경제 해법으로 제시했다"며 비판했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이를 집중적으로 공격했습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맥락이 중요하고, 왜곡하지 말라"고 반박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논란이 커지자 당 팩트체크 자료집에서 호텔경제론 관련 자료 사진 폐기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결론: 이론보다 정책 효과에 집중해야
호텔경제론은 경제학적으로 엄밀하지 않은 측면이 있지만, 경제 순환과 재정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지역화폐와 기본소득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정책적 메시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론적 엄밀성보다는 실제 정책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경제적 배경에서 이러한 정책이 제안되고 있는지를 더 깊이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 과정에서 재정 정책의 역할과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호텔경제론이라는 단순한 비유 너머에 있는 경제 정책의 본질과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들의 경제 철학과 정책을 면밀히 비교 분석하는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참고: 본 글은 현재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정치적 입장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호텔경제론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평가를 균형있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대한민국 정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재명 후보의 성남시 성과 - 실제 효과와 과학적 근거 분석 (5) | 2025.05.23 |
---|---|
허은아: 정치인으로서의 행보와 최근 동향 (1) | 2025.05.21 |
대통령 4년 연임제와 중임제의 차이는 무엇일까? (3) | 2025.05.20 |
권영국: '거리의 변호사'에서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로 (8) | 2025.05.19 |
이재명 대선 후보, 대한민국 선거 역사상 최초로 '방탄유리' 연단에 서다 (4) | 2025.05.19 |